나와바리는 아오모리/니혼진 탐구생활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 논란. 볼까 말까 망설이는 분들께

아오리댁 2023. 3. 21. 18:20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으로 교토의 게이코(게이샤)와 마이코의 요리 전통을 탐구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특유의 힐링한 영상미와 분위기가 호평일색인 드라마다. 그런데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까일 부분도 분명히 있고, 그 잔잔함에 비해 호불호가 굉장히 갈리는 작품이 되었는데, 무엇이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또 공분하게 만들었는지 다채로운 장단점을 한번 요목조목 꼽아 보겠음.

 


목차

  1.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
  2. 그럼에도 피할 수 없는 까일 점
  3. 볼까, 말까 망설이시는 분들께

 

1.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

게이샤보다 마카나이상

게이샤를 다루는 다른 작품과 구분되는 지점이 있다면 이 작품은 마이코 하우스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여성인 마카나이(우리말로 번역하면, 식모? 참모? 요리사와는 좀 구분된다.)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이다. 숙련된 마카나이들은 마이코 하우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고, 드라마에서는 그들의 전문성과 지역 요리 전통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음. 장을 보러 가서 꼼꼼하게 재료를 고르거나 명성 있는 식재료상을 일부러 찾아가 재료에 대해 나누는 대화라던가, 그런 묘사가 들어가는 것은 좋았다. 다큐멘터리스러움도 있고, 상인의 역할도 연기자가 아니라 실제 상인들인 것 같은 날 것의 자연스러움이 뭍어 나는 것이 뭔가 리얼리티가 느껴졌다. (연기자였으면 레알 엄지척)

 

주인공 스미레(모모하나)와 키요

 

시각적 흐뭇함

영상이 참 예쁘게 잘 연출되었고 두 명의 주인공 소녀들도 너무 귀여운데다가 갈등 요소 하나 없는 무해해보이는 스토리 라인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 주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2. 그럼에도 피할 수 없는 까일 점

미화된 범죄

여성을 상품화하는 게이샤 문화 자체라던가, 십 대 여자애들이 술시중을 드는 거라든가, 노동착취 문제 라든가. 조금만 의식을 챙기고 시청하다 보면 정말 눈뜨고는 봐줄 수 없는 심각한 면면들이 엿보이지 않을 수 없음. 위에 열거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차마 끝까지 이 작품을 완주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동범죄스러운 내용들이 너무 아무렇지 않게 잘 포장되어 이야기 속에 녹아있다는 점에서 더 큰 혐오감을 느끼는 것 같다. 아예 대놓고 원색적인 내용을 다룬다거나 그러면 또 모를까 하필이면 너무 힐링영상 자체라, 그 이질감에 더 부들거리게 된다는 것. 

 

루즈한 전개와 스토리의 불균형

원제가 <The Makanai: Cooking for the Maiko House>(식모: 마이코 하우스를 위한 요리)인 것에 비해 요리 이야기의 비중이 너무 적다(!) 한국어 제목인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은 초월 번역인데 내용을 놓고 보면 차라리 한국어 번역 제목 쪽이 원제보다 드라마 내용을 잘 포괄하고 있다고 생각함. 왜냐하면 '마이코 집'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들의 비중이 훨씬 크고, '밥상'은 그냥 양념 소재 같은 느낌이기 때무네..

 

마카나이상이 된 키요

 

그리고 마카나이의 이야기는 메뉴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것 외에 별다른 바리에이션이 없이 좀 1차원적이고 평면적인 느낌이 많아서 단조로웠음. 뭔가 보여주고 싶었던 게 있는 것 같긴 한데, 똥 싸다 만 느낌..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거장이라고 하는) 감독이 추구하는 가족애나 뭐 그런 좀 뻔한 설정이 드라마를 도리어 밋밋하게 만든 건 아닌가 싶다.(이 사람 요새 늙었다고 욕 마이 먹드라.. 최근 개봉작 브로커도 그렇고 좀 감이 떨어졌다는 평) 그렇다고 게이샤 문화를 깊이 다루었냐 하면 그것도 아님.  게이코나 마이코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좀 더 탐구적으로 파고들면서 입체적인 이야기를 다룰 수도 있지 않았나.. 싶은 아쉬움도 있고. 그냥 표면적이고 미화된 묘사만이 있을 뿐이다.

 

 

조연들

 

3. 볼까, 말까 망설이시는 분들께

 

일본 지역 요리의 특징이나 재료를 다루는 방법은 뭔가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고 좋았으나 그런 장면이 너무 적어서 원제목값을 못한 것 같다는 게 개인적으론 가장 아쉽다. 느린 페이스의 영상이 그 나름의 분위기를 만든다고는 해도 요리 쪽이든 게이샤 쪽이든 깊이감이 없이 사소한 힐링과 미화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보시길 바람.

 

그럼에도 일본식 힐링물을 좋아하고 가볍게 문화 체험을 엿보기엔 또 썩 나쁘진 않으다. 한국 드라마처럼 러닝타임이 길지 않아서 가볍게 보긴 괜츈함. 아무 생각없이 편하게 보면 또 재밌게 볼 수도 있는 작품일 수도 있음.

 

결론은 장단점이 너무 극명해서 딱히 추천하기는 조심스럽다. 보고 부들거리는 사람도 많으니 언급한 단점 요소들에 대해 본인이 좀 예민하다 하시는 분들은 그냥 안보시는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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