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바리는 아오모리/니혼진 탐구생활

일본인은 정이 없다? 혼네 다테마에

아오리댁 2021. 3. 1. 01:24

일본인에 대한 편견 중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편견 중 하나가 

 

'일본인은 겉과 속이 다르다.'가 아닐까 싶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오래전에 알던 사람처럼 마음을 나눠주는 '정'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 한국사람들에게 

 

일본인들의 다소 사무적인 태도는 차갑게 느껴지기에 충분한면도 있기는 함.

 

 

 

'혼네'와 '다테마에'

 

일본에는 '혼네'와 '다테마에'라는 문화가 있다.

 

혼네는 진짜 속마음, 다테마에는 겉으로 표현하는 마음을 의미하는데, 

 

속으로 생각하는 마음(혼네)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고, 상대방을 배려해서 정제된 표현(다테마에)을 하는 것이 미덕인 것이 이 곳 문화다.

 

설령 그게 진심이 아니라 하더라도 상대방이 기분 나쁘거나 부담을 느낄 수 있는 표현은 하지않음.

 

한국인들 입장에서 가식적이라고 느끼는 부분이 아마 이런 포인트 일거다.

 

 

하지만 생각을 해보면 이 혼네와 다테마에는 비단 일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사회생활 할때 다들 어느정도의 가면은 쓰잖아?

 

회사에서 상사한테 쌍욕 갈기고 싶어도(혼네) 웃으면서 '네 알겠습니다'(다테마에)하는거 일본인들만 그러는거 아니잖음?? 

 

 

 

정말 일본사람들은 정이 없고 차가운 사람들인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람에 따라 다른게 가장 크지만 전반적으로 한국 사람들과 비교했을때 친해지기 어려운건 맞다.

 

일단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얘긴데,

 

한국인들 중에서도 외향적이고 낮가림이 없는 사람과는 친해지기 쉽지만

 

내성적이고 낮가림이 심한 사람들하고는 시간이 좀 걸리는것처럼

 

일본인들중에도 상대적으로 외향적인 사람이 있고, 내성적인 사람이 일정비율로 존재한다.

 

굳이 따진다면, 국민성 자체는 내성적인 사람들쪽으로 기울어지는 부분이 있음.

 

 

 

그렇다면 당신은 일본인과 얼마나 오랜시간 관계를 맺어봤는가?

 

한국인들이 '일본인은 정이 없다'라고 말하는 결정적인 원인은 그들과 관계를 맺고 지내오는 시간에 기인한게 아닌가 하는것이 개인적인 생각.

 

보통 일본에 장기거주하지 않는 이상, 한국인이 일본인과 맺는 관계는 단기적이거나 깊은 관계가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얼마안되는 짧은 기간동안 일본인을 알았다면, 그 일본인이 당신에게 다소 정 없이 구는건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임;

 

그들은 모두에게 친절한 편이지만, 모두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는 않는다.

 

자신의 울타리에 있는 사람이라고 받아들이기까지 한국인보다 좀더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

 

 

 

충분한 시간이 지나야 속마음을 표현하는 일본인

 

한국인인 울엄마는 결혼하자마자 사위에게 많은 애정표현을 하셨고,

 

일본인인 시어머니는 나와 꾸준한 교류와 시간을 보낸 후, 결혼한지 2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나를 딸처럼 생각한다고 수줍게 말씀하셨다.

 

그 말씀을 해주시기 전까지는 시어머니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전혀 알지 못했음.;

 

딸 가진 엄마와 아들 가진 엄마의 차이 일수도 있겠지만,

 

애정의 크기를 떠나 한국인과 일본인의 전형적인 표현방식의 차이라고 느꼈다.

 

 

취미로 다니는 댄스수업에서도 그렇다.

 

한국 같았으면 수업 몇 번 같이 하면 금새 친해지고, 거기다 외국인이라고 하면 이것저것 물어보고 말걸고 했을텐데,

 

여기 사람들은 몇 주를 같이 연습하고 큰 행사를 함께 끝내고 난 후에서야 마음을 열고는

 

앞으로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말들을 전해오기도 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 그렇게 말들을 해주는 것이 개인적으론 좀 더 감동적이었음 ㅠ

 

 

 

모두가 수줍고 사회성 부족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경험상 일본인들 중에서도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친화력이 엄청 좋다.

 

일본의 소규모 이자카야(술집) 문화를 얘기해보자면,

 

테이블 갯수 몇개 없는 작은 이자카야는 마스터(사장을 그렇게들 부름)와 손님, 그리고 일행이 아닌 다른 손님들이

 

원래 알던 사이처럼 그렇게 떠들면서 술을 마시는 모습을 심심찮게 본다.

 

일드 <심야식당>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았던 일드 <심야식당>에서도 식당주인과 손님이 친구사이처럼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데,

 

실제로 보통의 소규모 전통 이자카야의 컨셉이 그런식.

 

아마 도쿄같은 대도시 이자카야에서 보기는 조금 힘든 광경일지도 모르겠지만

 

소도시인 히로사키에만 해도 저런 느낌의 술집들이 흔해서 처음에는 남편한테 물어봤었다. 여기 사람들 우리빼고 다 일행이냐고;

 

 

설사 이런 단란함들이 다 가식이고 다테마에라고 할지라도 뭐가 문제인가 싶다.

 

어차피 저 사람들은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일뿐인데.

 

스쳐지나가는 인연이 단지 스쳐지나갈 인연이 아님을 알게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마음을 여는게 일본인들인것 같음.

 

무례함보다는 나는 차라리 다테마에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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